Blah

Blah-Blah 2014. 3. 18. 12:51

소중한 사람이 직장에서 힘든 일을 겪고선 울면서 돌아왔던 적이 있다. 마중을 나가던 중에 길에서 마주쳤는데, 울면서 걸어오는 모습이 얼마나 속상하고 안스럽던지 나도 모르게 안아주면서 눈물이 벌컥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이 바쁜 일에 치여서 몸도 힘든 와중에 안좋은 일들로 마음 고생까지 하게 되었는데... 뭔가 잘해주고 싶고 힘이 되고픈 마음에, 평소 같았으면 좋다고 싱글벙글 웃으며 너무나 신나했던 걸 해주려고 했는데 그것마저 거절을 하더라. 도움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상황에, 그 안스러운 마음이 너무나 커져서 눈물이 벌컥 쏟아져 나왔다.

눈물이 많은 나는 싫지만, 아끼는 사람과 공감을 나눌 수 있는 나는 좋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이성이 감성보다 앞서만가는데, 다시 감성에 싹이 나고 꽃을 피우는 것 같은 이런 내 모습을 평생 가져가고 싶다.

 

-

 

사람들은 다들 각기 제멋대로 자라왔다. 그래서 각자가 '제멋'을 가지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겐 그 '제멋'이 멋있고 보기좋게 느껴질거고, 미워하는 사람에겐 그 '제멋'이 불쾌하고 예의없게 느껴질거다.

어느 둘이 만난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그 둘이 서로 너무나 다르기도하고, 서로 너무 닮았기도 하지만 - 어찌하였든 그 '제멋'이 서로에게 보기좋게 이끌리기에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

 

살아간다는 게 어쩌면 제 타고난 성격과 버릇을 버려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결국 산다는건, 내 성격대로 사는 어린시절을 지나면서, 상대방을 인정안하고 내 성격대로만 살면 수많은 다툼 속에서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를 경험하게 되고... 결국엔 내 성격대로 살 수 없다는 걸 깨닫는 시기가 찾아오게 되서, 그 때부터는 모난 내 성격을 고치기 위해서 평생을 힘들게 노력하는 삶을 보내게 되는게 아닐까. 사실, 자신을 백프로 버린다는건 불가능하다는 생각도 들어서, 내 성격을 참아가면서 남은 인생을 사는게 아닌가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불호랑이 같았다던 선생님들도 연세가 드시면서 성격이 많이 변하신다고들 한다.

고치는 과정은 너무나 아프고 자존심도 상해서 견디기 힘들지만... 둥글둥글하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나를 상상하면서 하루하루 조금더 힘내서 노력하고 싶다.

 

-

 

우리나라,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

지금 대한민국의 주체는 결코 국민이 아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실상은 결코 그렇지 않다. 정상적으로는 벌어질 수 없는 일들이 당연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이러한 부정을 단속하고 고쳐야할 국가가 한 패거리를 이루고 있다. '내수 호갱님(호구 고객님)'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 우리나라 내수용 자동차들의 문제점은 이제 당당하게 신문기사로 돌아다닐만큼 전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처벌은 커녕 나몰라라 하고 있다. 대기업 공산품들의 이권이 걸린 수많은 FTA 들은 농산, 축산 국민들의 시위에도 아랑곳않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명분 하에 구체적인 논의도 없이 차례차례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번 여름에도 늘 그렇듯, 대기업 공장들은 싼값으로 전기를 받아서 풀가동시키면서, 국민들한테만 비싼 전기료 물리며 전기 아끼라는 책임을 물리겠지.

국민들도 문제다. 불합리한 일을 당하면 잠시 냄비처럼 들끓었다가, 한바탕 파도가 지나가고 나면 그냥 순응해서 죽은 듯이 산다. 오랜 옛날부터 탄압과 핍박을 받아오던 민족이라서 그렇다는 설도 있던데, 정말인가 싶기도 하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없이 뒤로만 숙덕거리고 다들 자기 몸 사리기에 바쁘며, 투쟁하는 사람 뒤에서 손해안보면서 떡고물만 받아먹으려는 사람들 천지다. 부정부패의 의혹 속에 엄청난 욕을 먹으며 추궁 당했고, 그 증거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 이미 냄비는 식어버렸겠다 - 뒷짐지고 있던 모 대통령은 이제 행복하게 호의호식하며 살 일만 남았다. 남이 받게될 피해는 무시하고 부정하게 살수록 이득을 보며 사는 나라. 그래서인지 갈수록 나쁜 일당에 붙어서 떡고물 받아먹겠다고 달려드는 사람이 늘어만 간다. 그 덕에 '나만 잘살면 돼'라는 말이, 불쌍한 우리 나라 국민의 머리 속에 단단히 박혀버렸다.

 

-

 

의료 투쟁도 참 걱정이 많다. 사실 정부가 원하는 로드맵대로 진행이 되게 되면, 의사들이 반강제적으로 환자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보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돈도 더 잘벌고 더 잘살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막상 피해를 보게 될 환자들의 과반수가 애꿎은 의사들을 나쁜놈 취급하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왜 그들을 위해서 분개하고 있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내 친구들이나 선후배들도 왜 자기 피를 흘려가며 우리나라 비뚤어진 의료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 고군분투 중인지도 모르겠다. 대학 시절에 '의료 윤리'를 배웠다고, 의사로서의 '자긍심' 을 지키기 위함인지...

뻔히 다 알고 있는 부정부패들을 뭣 때문에 그리 모르는 척 하는건지... 그리고 누구 배를 불리우려고 그렇게 논리도 정당성도 없는 억지를 부려가며 정책을 추진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부정부패를 뻔히 알면서도, 강자에겐 약해서 뒷담화로 그치고, 반대로 약자에겐 강해서 강자에 대한 비난의 화살까지도 약자에게 돌리는 모습.. 우리나라 국민들도 역사 속에서 투쟁의 힘을 잃었나보다.

이번 의사-정부 협의문은 사실 정치 9단 정부의 의사에게 콩고물 던져주고, 의사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게 만들 국민 언론 플레이용 협의에 불과하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가짜 자유민주주의 나라에선 전문가 집단의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 이 정도가 최선인가 보다. 대기업 꼭두각시 정부가 대기업의 손을 놓고, 국민의 손을 잡길 바란다는 것도 참 실현 불가능해보이긴 한다...

의사가 의사답지 못하게 살길 강요받는 우리나라 의사도 불쌍하고, 최선의 의료 혜택을 볼 수 없는 국민도 불쌍하고, 돈있고 힘있는 사람들 빼고는 다들 참 불쌍하게들 살고 있다...

 

공감 버튼을 눌러주세요.
작은 흔적을 남겨주세요 :)
블로거에게 큰 보람을 주는
'돈 안드는 구독료'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