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h

Blah-Blah 2010. 8. 11. 02:33

난 수술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람의 외형과 관련되어 수술하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속히 말해 열고 들어가보면 모두가 똑같은 피부와 피하조직, 근육 그리고 뼈로 이루어진 얼굴이며 몸체이다. 어느 누구도 특별할 것 없고 특이할 것 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외형에 의해서 평가받고 외형에 의해서 자신감을 잃고 또는 얻는 모습을 보면 참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형을 사랑하고 외형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게 사람이다. 알맹이를 열심히 가꾸어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세상, 그리고 그 세상으로 부터 득을 얻는 우리와, 이를 알면서도 외형을 가꾸고 외형을 추구하는 사람들. 모두 아이러니다.
알맹이로는 누구보다 자신있는 사람으로서 하는 말이지만, 세상은 참 슬프다. 교통사고로 제 얼굴을 잃고 가족으로 부터 버림받은 여인도 참 슬프고, 선천성 기형으로 부끄러운 얼굴을 하고 태어난 아가도 참 슬프다. 멀쩡하게 태어나서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 나도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 세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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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차있는 사람, 넘치는 유를, 나의 넘치는 유로 같이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
돈이야 까짓거 벌면 되고, 외모야 돈 벌어서 뜯어 고치면 되는 세상이라지만.
진짜 만나기 힘든건, 진실된 사랑과 진정한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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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이 너무 힘들다. 정신없는 수술 일정에 병실 환자와 컨설트. 그나마 입원 환자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웃고 떠드는 즐거움. 일을 하면서 드는 성취감으로 하루하루 버텨가고 있지만. 가끔 모든게 허무해지는 때가 있다.
뭘 위해서 사는지 모르겠다. 며칠 내로 써야되는 논문에, 밀려있는 일들을 생각하노라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그래서 가끔은 위로가 필요할 때가 있다.
언제든지 아무 때고 내가 그에게 의지가 되어주고, 나를 그에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내가 너무 쉽지 않은 사람이라서 그런걸 수도 있고, 내가 너무나 폐쇄적인 사람이라서 그런걸 수도 있다.
울며 겨자먹기로 고르라면 후자보다는 차라리 선자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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