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리학 족보 표지 모음.

Precious 2010. 2. 25. 01:46

본과 2학년 1학기, 친구가 약리학 족장을 했을 때.. 나의 숙달된 포토샵 기술과 탁월한 미적 감각 ^^;; 을 일찍이 알고 있었던 친구는 내게 족보 표지팀을 맡아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예전부터 한번 해보고 싶었기도 했고, 친한 친구의 부탁인데다가 같이 표지를 만들고 족보를 내고 하면 즐겁고 재미있을 것 같았기에 흔쾌히 응했었다.
족보는 대개 시험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기에 내야했기 때문에, 족보 표지 제작은 조금씩 미루고 미루다가 3-4일전쯤이 되서야 슬슬 타면서 실행하기 시작했다. 그 시기가 되면 나는 창작의 고통을 견뎌내야 했고, 마감의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덕분에 약리 공부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약리 성적에 대한 나름대로의 변명이랄까..ㅋㅋ) 하지만 그 만큼 시간과 노력을 들였기에 그 퀄리티는 타 족보팀의 족보 표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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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학번 필기 족보 모음 1권. 우리나라 명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족보팀장 훈장님의 모습. 저 아래 한자를 독해하려고 했다간 낭패를 보게 된다. 나 역시 한문과는 인연이 멀다는 걸 감안해서 '그냥 보이는대로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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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학번 필기 족보 모음 2권. 추수를 지켜보는 족보팀장 양반. 이 시리즈 표지 나름대로 좋았던 것 같다. 아쉬웠던 건, 족보를 내는 중에 착오가 있어서 가로 세로 비율이 뒤바뀌어 나오는 바람에 표지의 제멋을 잃었던 점. 친구가 그 때 얼마나 미안해 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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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족보 1-1권. 약리학의 '약(藥)' 이 '풍류 락(樂)' 과 '풀 초(草)' 를 합친 한자라는 데서 착안하여, 약 속에 숨어있는 락 을 찾는 표지를 만들었다. 대충 10개 가량 넣었던 것 같은데.. 꽤나 찾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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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보 1-2권. 족장의 인물 탐방. 이 지폐 아래에는 그의 일생에 대해 간략히 썼었다. 그게 이 표지의 포인트였지만, 반은 실제, 반은 허구인 그 내용은 프라이버시상 생략.

 

족보 2-1권. 족보를 만든 11명의 약리 Brothers. 영화 포스터를 가지고 만들었었는데, 영화 이름이 뭐였더라.. 브로스 브라더스였던가..?

 

족보 2-2권. 당시 한창 봄이라고 다른 사람들은 꽃놀이, 꽃사진에.. 연애를 한다느니, 어디를 놀러 간다느니, 이런 저런 추억거리를 많이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 친구들에게 봄은 없었다. 나는 겨울 방학을 마치고 추운 겨울 날씨에 입김을 호호 불어가며 학교를 다녔고. 그 중 일주일 정도, 아침에 택트를 타고 학교 가는 약 5분 정도의 시간 동안만 봄이 왔음을 느낄 수 있었던 기억. 그리고 매일 수업이 끝나면 어둑어둑한 저녁이 다 되었고 주위를 둘러볼 시간이 없었던 데다가 그럴 정신도 없었다.
그래서 시험에 이리저리 치이다가 시험을 끝내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봄이 다 가버렸었던 기억 뿐이다. 너무 억울해서 어느 큰 시험 하나를 끝내고 과 친구들과 꽃사진을 찍겠다고 본교 캠퍼스로 나왔었는데, 그 때 어찌나 살맛이 났던지. 정말이지, 답답한 감옥 같은 의대에서 벗어나 본교에서 지내고 싶었다. 이 표지는, 그 당시 만들었던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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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보 3-1권. 약리학을 배웠다면, 그리고 의대를 나왔다면 모를 수 없는 농약. '그라목손' 농촌에서 '그라목손'을 먹어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다른 농약은 병원에 실려왔을 때 세척해내고 유지요법으로 치료하면 대부분 후유증 없이 회복될 수 있는데, 그라목손은 폐에 fibrosis를 일으키고 여기저기 심각한 손상을 입혀서 살리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죽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 두 표지의 원작 포스터는, 한 소주업체의 광고 포스터.

워낙 강조하는 내용이라서 기억에 잘 박히게끔 표지를 만들었다지만... 그라목손 환자를 몇 차례 경험한 지금에와서 생각해보면, 절로 후회가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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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보 3-2권. 병리학 Text book인 Robbins의 약리학 판. 이우주의 'Pharmachologic basis of drug' 저자는 3-2권에 해당하는 내용을 가르쳐주셨던 교수님 세분으로 했다. 아쉽게도 로빈스 7판이 새로 나와서 이제 이 6판 표지는 보기 힘들어질 것 같다.

 

뒷면은, 이우주 선생님의 약리학 강의라는 교과서 표지를 이용해서 만들었다. 족장 이선생의 약리학 강의.

 

족보 4-1권. '어린 신부'의 문근영과 이름이 같다는 비애를 가지고 있는 친구와 그의 기숙사 룸메이트를 표지 모델로 해서.. 당시 사람들의 반발이 심했던 표지.

 

족보 4-2권. '살리도', 등장 인물들이 본격적으로 사람들 앞에 표지 모델로 자리 매김을 할 수 있었던 표지. 꽤나 히트를 쳤었다. 나올지 안나올지도 모르는 아래 작은 글씨까지 고쳐주는 세심한 센스를 발휘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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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족보 표지. 이선생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표지로, 족보팀장의 순수한 면이 부각되었던 표지. 사진 속에 있는 쪽지들은 마지막 시험 대비를 위한 약리학 시험 문제 족보를 만들기 위해 문제를 복원해서 적어 준 쪽지들이다. 친구들이 정성스럽게 적어준 문제 복원 쪽지들을 통해서 우리과 친구들의 하나됨을 느껴보자는 의미로 만든 표지. 그냥 막 늘어놓은게 아니고 보기좋도록 쪽지들을 배열하느라 꽤나 공을 들였었다.

 
당시는 공부에 치이고, 시험에 치이고, 출석에 치이고, 이리저리 치이느라고 둘다 꽤나 귀찮고 싫은 작업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성의있게 해낼 수 있었던 건, 족장이었던 '이선생' 친구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고 항상 족보 표지 만드는 시간을 함께 해주었던 점. 그 덕분에 꽤나 큰 추억 거리를 만들 수 있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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