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일기장을 발견하다.

Thought 2009. 8. 23. 13:50

방 정리를 하다가 옛 일기장 발견.
Marine blues 에서 '2004 Memories' 라고 한해 다이어리를 만들어서 팔았는데, 하루하루 글을 적고 싶었던 나는 결국 충동 구매를 하게 되었고... 얼마나 유용하게 쓸라나 싶었지만, 그래도 무려 5개월 동안이나 열심히 써내려갔었다.

오랜만에 발견하고 5년 전에는 무슨 생각을 했었나 쭉- 읽어봤는데. '예전에도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하는 생각을 여러 차례 했다. 역시 일기는 쓰는 것으로 끝날게 아니라, 그 생각을 되돌아보고 반성을 하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설픈 생각은 괜히 사람을 복잡하게만 만들지만, 수많은 과정을 통해 잘 정리된 생각은 사람을 참 풍요롭고, 속이 꽉-꽉- 차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이참에, 블로그에 담고 싶은 글 몇개 퍼오기-

 

- 특별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보단, 마치 일상처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좋다. 그리워져서 만나는 사람보단, 만나지 못했을 때 허전함이 느껴지는 사람이 좋다. 그렇게 일상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진짜 아끼는 사람이다. 2004.1.6

- 죽음 앞에서 모두가 머뭇거리는 이유는, 그리고 모든 사람이라는 존재가 하나같이 소중한 이유는, 그 사람이 아프거나 슬플 때, 그 사람을 위해서 같이 아파하고 눈물 흘릴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죽음'이라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자기 자신보다는, 그러한 사랑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2004.1.17

- 행복을 너무 어렵게 찾지 말고, 실망을 너무 쉽게 하지 말자. 하나는 돌이키고 싶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 먹은대로 쉽게 되지 않는 것이 바로 현실이고, 그게 바로 사랑이다. 2004.1.24

- 믿음을 잃어버린다면 그걸로 끝이다. 불신과 의심의 마음은 그 사람과의 관계의 뿌리 그 자체를 흔들어버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항상 믿음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쓸데 없는 마음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 믿음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건 그들 행동과 생각이 아니라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2004.1.29

- 홈페이지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들러줄 필요는 없다. 그냥 소중한 사람들이 내가 잊혀지기 전쯤 찾아와서 아직 그들이 나를 잊지 않았음, 그리고 내가 아직도 여전히 예전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면 된다. 나는 그들이 언제 오든지 그들이 올 때까지 내 살고 있는 모습을 홈페이지에 남겨 놓아, 언제든 그들이 궁금했던 내 이야기를 듣고 갈 수 있도록 해 놓으면 되는거다. 2004.2.4

- 추억은 가끔 떠올리면 기분 좋아도, 계속 떠올리면 매우 가슴이 아프다. 가끔 같이 추억을 회상하면 그 즐거움이 배가 되어도, 혼자서 계속 떠올리다가 다른 사람에겐 그 추억이 까마득하게 잊혀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땐 슬픔이다. 무척 추해지고 우스워지며, 오래도록 아파야 한다. 2004.2.7

- 눈에 비치는 햇살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한참을 고민했다. 결론은 세상엔 말로 도저히 표현 불가능한 (형언할 수 없는) 것들이 무척 많다는 것. 이 따스한 햇살도, 그리고 가슴 속 따스한 사랑도. 2004.2.15

- 괜히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마음과 전혀 딴판으로 행동할 때도 있다.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특히나 그러는 걸 보면 나란 녀석이란 참 이상하다. 2004.2.28

- 세상은 함께 살아가고 공유하는 거니까,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의지라면 내 의지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다. 그를 쉽게 저버린다면, 같이 나아가길 거부하겠다는 의미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2004.3.10

- 한 사람을 정말 아끼고 사랑한다면, 그 사람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역시 아껴줄 수 있어야만 한다. 다시 말해서 바꾸어가는게 아니라 내가 바뀌어 따라가야만 하는 것이며, 그 적당한 타협점을 찾는 것이 사랑의 과정인 것이다. 2004.4.26

- 멀어짐의 명확한 경계선은 소통의 수단이 차단되어지는 것이다. 일단 시작은 믿음의 손실, 그리고 실망으로 시작하지만 이는 오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소통으로써 회복할 수 있는 reversible 한 것이지만, 소통의 수단을 상실하는 순간 그 것은 irreversible 한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20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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