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h

Blah-Blah 2009. 8. 3. 03:53

가족 여행을 떠났다. 매여있을 수밖에 없는 직장이 있다는 건 참 불행하다. 어떤 것도 마음대로 같이 할 수 없고, 어떤 것도 내키는대로 저지를 수 없다. 혼자 남겨져 가족을 떠나보내는 것도 우울했고. 텅빈 집에서 (그나마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같이 있어주는 꼬야와 함께) 멍하니 앉아있자니 외로움이 더했다. 찾을 사람도 없으니 왠지 더욱 쓸쓸하더라. 혼자다, 진짜 혼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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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주제를 알아야 한다. 나는 내 주제도 모르고, 요즘 한창 들떠있었다. 얼마 전만해도 (채 몇 년 안되었다.) 나는 다른데에는 아무 신경을 쓸 겨를 조차 없을 정도로 고민에 빠져있었다. 내 주제를 알고, 이를 극복하고자 사방으로 뛰었다. 돈도 없고, 사람도 없고, 능력도 없었다. 오로지 혼자 남아, 모든 걸 혼자서 해결해야만 했다. 누구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무릎을 꿇고, 울고, 빌어도. 아무도 해결해 줄 수가 없었다.
혼자서 해결해야했다. 그래서 혼자서 해결했다. 그 땐, 정말 내 스스로가 자랑스러웠지만, 내 삶에서 최고로 외롭고 불행했던 시간이었고, 다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자존심 상하는 시간이었다. 엄청난 마음의 상처가 되었다. 나는 그저 가난과 불행에 허덕이는 불쌍한 녀석, 내 주제는 그 정도였다. 그 때의 힘들었던 시간을 잊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용기내서 한 번 지껄여보고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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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내 음력 생일이었다. 느지막하게 들어오니, 가족들 모두 나를 기다리다가 잠들어있더라. 아- 내가 요즘 너무나 소홀하다.. 아침엔 뒤늦은 생일을 챙긴다고 툴툴거리고, 이런다고 짜증, 저런다고 짜증. 모두 짜증 짜증... 너무 못됐다. 너무 나쁘다. 아무래도 반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뭐가 중요한지를 아직까지도 모르는 나는 정말 바보다. 나쁜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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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있어서 평생을 후회하게 될 선택이 되는 건 아닐까. 인생을 살면서 행복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가 않다. 채 몇 번 되지도 않는 소중한 기회에서 신중하게 생각하고, 고심 끝에 결정을 해야하는 것을. 세상을 살면서 이런저런 일들에 너무 터무니없게 결심하고 결정을 내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모든 선택에 있어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는 건 아니다. 이해에 능하고, 사리에 밝은 사람이 옳은 결정을 하고 행복을 차지하게 되는 어떻게 보면 참 불공평하고 부적절한 세상, 그리 만만치가 않다. 어떠한 선택에도 중간은 없다. 그저 앞으로 주욱- 주욱- 나아갈 뿐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남아있는 순수를 더럽히는 몹쓸 짓을 하느니, 차라리 불행함을 택하고 말겠다. 불행함은 한 번 웃고, 한 번 꿀-꺽 넘기고나면 그만인걸. 내가 상처가 되든, 내가 상처를 받든. 그 상처는 평생을 남아 우리 모두를 괴롭힐테니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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