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많이 변했다.

Thought 2009. 6. 28. 02:35

몸과 내 정신을 황폐화 시킬 속셈이다.

어렸을 적 집 한 구석을 기어다니던 개미를 손가락으로 꾸-욱 눌러 죽이듯, 내 꿈과 희망을 그리고 그 존재의 의미조차 너무 쉽게 꾸-욱 짓누르고 있다. 이토록 하찮은 생명이, 이렇게 거만하고 신비한 존재였던가. 사랑이라는 자신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들한테만 주어질 수 있는 특권. 비록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차마 우리에게 특권이 있음을 함부로 말하지 못하지만, 그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그 특권을 마음대로 누리고 행사하고 있다.

사랑이란 무얼까, 촉촉하고 싸늘한 손을 내 뜨건 손으로 꾸-욱 감싸 쥘 때 느껴지는 짜릿함인가. 어깨를 꾸-욱 감싸 안을 때 그 포근함인가. 사랑이 입을 통해 표현되지 못하고, 몸으로도, 아니 마음으로 조차도 표현되지 못할 것이라면 도대체 무엇인가. 의심가득한 눈으로 키 재듯 자존심을 이리저리 맞대어 재며, 조심스레 ‘당신을 사랑합니다’ 를 내뱉음이 진정으로 그를 사랑함인가. 난 내 나이만큼 사랑을 하고, 또 내 나이만큼 사랑을 받아왔지만 아직도 그 사랑이 어떠한지 모르고 있다. 사랑이란 그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것인가, 혹은 내 가진 것을 내어주는 것인가. 내 그를 행복하게 해줌인가, 혹은 내 행복함을 느끼는 것인가. 이타적인 것인가 이기적인 것인가. 그를 사랑함이 옳을까, 혹은 그에게 사랑 받음이 옳을까. 영원한 건 무엇일까, 그래 영원한 사랑은 무엇일까.

난 사랑 받고 있다. 옳은 건 없다. 충동을 억누르고 사랑을 지연시키는 까닭이 무언지 난 아직 모르고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한 가득 주어도 모자람이 없도록 내 마음 속 그릇에 사랑을 한 가득 담아 주세요’ 라는 기도는 순전히 내 욕심일까. 어쩌면 사랑은 받는 게 아니라, 주었을 때야 비로소 의미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주어야 의미 있는 것을 그들이 힘들게 가져가도록 내버려둔 건, 오로지 내 욕심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사랑하고 싶어졌다. 깊고 그득하지만 해프지는 않은 그런 사랑말이다. 책임이란 채찍이 나를 쉬지 않고 채찍질하지만, 그에 반항이라도 하겠다는 건지, 난 한껏 게으름을 부리고 있다. 책임에 살면 부지런한 사람, 그리고 성실하고 보기 좋은 사람, 부러운 사람이 될 것 같지만.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가끔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르는 것도 필요하다’라는 이런 생각을 머리 속에 한 가득 담고 있는, 나는 책임을 떠맡기엔 부적격자다. 하지만 오로지 책임과 의무를 떠맡고 살아갈 인생을 선택했기 때문에 어쩌면 적격자로 평가받으며 불행하게 살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은 너무나 불공평하다. 태어날 때 내가 선택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은, 나를 ‘운명의 불공평함’을 원망하는 그런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곤 나를 모든 일에 있어서 내 주어진 운명을 탓하는 사람으로 충동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런 내 운명을 극복하고 변화시키겠다는 다짐을 굳건히 다지는 악독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 난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을 달가워하지 않으며, 성공의 길만을 밟아온 사람을 애써 가까이 하지 않고, 완벽한 사람을 두려워하고, 슬픔을 모르는 자를 우습게 본다. 난 내가 채워줄 수 있는 약점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진정한 슬픔을 겪어보았기에 나와 슬픔을 같이 나누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사귀길 좋아하며, 부족함에 가슴 아픈 사람 위로의 따스한 말이 필요한 사람 사소한 사랑에 서로 감동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대개 하찮음을 소홀히 하고, 관계 맺음을 쉽게 잊고, 추억과 사랑을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란, 흥미 위주로 관계를 가까이 하여서는 결국 그의 인간됨이 아닌 그 외적인 것으로 그를 결론지어버리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 따위는 쉽게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그래, 지금 내가 큰 실수하는 걸지도 모른다. 이건 오로지 내 삶을 살아오면서 경험한 바에 따른 객관적인 통계치와 주관적인 느낌을 뒤범벅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피해의식이라고 치부하는 그런 감정 말이다. (2007)


지금도 무척 비슷한 기분이다. 말로 설명하기에는 무척 복잡한 감정.. 횡설수설 할 수 밖에 없는, 그렇게 안타깝고 슬프고, 조금은 억울한 감정이라고 해야할까..
다른 점이라면, '운명의 불공평함' 을 인정하면서도 '결국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는 진리 역시 인정하게 되었고,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 성공의 길만 밟아온 사람, 완벽한 사람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사랑하기에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점 정도... 사실 이것 만으로도 그 때와 나는 무척 다르다.
나도 모르게 난 많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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