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일기장을 뒤척이다.

Thought 2008. 5. 28. 02:12

옛 홈페이지를 뒤척이다. 대략 2년 동안, 500개 가까운 글, 흘려읽기도 어려울 만큼 분량이 엄청나더다.
그 때 글들은 서툴렀지만 참 솔직했었다. 언제 다시 내 삶을 그렇게 솔직한 말들로 표현을 할 수 있을지-
수 많았던 추억들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간다. 우정도, 사랑도... 원없이 마시던 술도, 슬픈 노래도 그립다. 힘들 때 기쁠 때 항상 옆에 있어주었던 친구들이 정말 그립다.

죽고 싶었다. 그냥 기분이 그랬다는 거다. (도피가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도피라는 것이 가능했다면 도피했겠지. 그리고 죽는다는 것이 내 자신에게 도피라고 인정이 되었다면 행했을지도 모르지. 다만 그보다 더 올바른 선택이 있을 것이라는, 그리고 내게도 행복한 사건이라는 것이 일생에 있어서 한.. 서너번쯤은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 때문에 그냥 근근이 버티기로 한 것이다. 죽도록 우울했던 기분이 - 눈물로 흘렸어야 할 수분을 모두 땀으로 쭉 흘려버려서인지 - 운동을 하고 났더니 훨씬 나아졌다. 이전엔 한번도 이랬던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슬퍼서인지 땀이 비오듯 쏟아지더니 결국 상의가 땀에 젖어서 (마치 시원한 물 속에라도 뛰어들었다가 나온 장난꾸러기마냥) 땀이 뚝뚝 흘러내리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누가 보면 운동을 죽도록 열심히 한 줄 알겠다. '이건 내 땀이 아니라 눈물이라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함에 하루 종일 너무나 슬펐던 날, 흘리고 싶었던 눈물만큼 땀을 흘렸었다.

침묵이란 말이 잘 어울렸다. 침묵이라기 보단 결론에의 도달. 서로의 관계에의 필요로 인한 암묵적인 합의. 서로에 대한 인정. 술은 달콤하게 목을 타고 넘어가지만, 술의 기운은 마음을 쓰리게 한다. 아파서 먹은 술에는 어떠한 독 성분이 있나보다. 그 독이 마음을 쓰리게 하고, 정신을 허물어버리나보다. 술은 달콤하지만, 결코 그만큼 달콤한 행복을 가져다주진 않는다. 일종의 schizoid fantasy.

술이 필요했었다. 맨 정신으로는 감당해내기 어려운 다툼, 그리고 감동이 있었다.

수년의 시간 동안 겪은 일들이, 마치 나 자신의 일이 아닌 것만 같다. 그냥 순탄하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졌던 삶이 사실은 누구보다도 변화무쌍하게 흘러가고 있었나보다. 한 달, 그리고 일 년, 시간은 어렸을 적보다 바쁘게 흘러가지만,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이 내게 주는 변화는 상상 이상이었다.
바쁘게 시간을 따라가지 못했다간, 뒤늦게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어쩌면 외톨이가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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