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횡설수설..

Diary 2008. 5. 17. 03:05

여유로운 나날들.. 이런 나날들 속에서 살다가보니 어느 새, 몇 시간 안걸리는 수술 스크럽 서는 것조차도 귀찮고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나태해져버렸다. 낮잠 2시간은 기본, 그 이상은 선택. 현재 파트 환자 1명, 이 분 조차도 내일 퇴원 예정이다. 그 동안 1년차가 할 수 있는 모든 각가지의 일들을 혼자서 해온데다가, 수많은 정신적인 압박과 불가능처럼 보이는 일의 로딩을 견뎌왔는데. 지금 하는 일은 0.5년차 수준, 가끔 자존심이 상할 때도 있지만 괜히 일을 벌여 자존심을 지키기보다는 그냥 조용히 여유를 즐기고 싶은 게 요즘이다.

이렇게 여유로운 때임에도 불구, 아직은 에당(Everyday 당직) 기간이라 오프를 못나가고 외과 1년차 의국에서 칩거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내일부터 에당이 풀리면 오프날에는 약속이 없으면 혼자라도 나가서 뭔가를 해야겠다. 기분 전환할만한 영화를 본다거나, 맛집을 찾아간다거나, 차끌고 간단히 사진이라도 찍으러 다녀온다거나..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몇 달간은 누리지 못할 여유인데, 혼자라고 부끄럽다고 못할 게 어딨어. 남은 6주, 아주 보람차게 쓰고야 말테다. (그러고 보니 공부 하기로 했던 다짐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오늘 갑자기 잡힌 저녁 회식에 나가서 맛있는 고기에 맥주 서너잔 걸치고 들어오니, 뭔가 약간 부족한 느낌에 캔맥주 하나 더. 그러고 나니 왠지 모를 우울한 기분. 차라리 조금 더 취했더라면 좋았을 뻔했다. 저녁에 받은 저질 문자 한통에 기분이 좀 나빴으나 무시하고 잘 참아냈고, 밖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 녀석은 비록 표현은 못했지만 정말 반가웠고, 의국에 돌아와서 인터넷을 하다가 커뮤니티에 올린 애인 자랑의 글을 보다보니 부러워 속이 상했고, 그러다가 내일 친한 형님하고 만나서 놀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괜히 글 하나 남기고 싶고, 아무런 생각은 없으니. 그냥 이렇게 횡설수설...
사실 이렇게 횡설수설 남겨둔 글이, 나중에 보면 참 새록새록 기분이 좋고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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