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외로운 계절.

Thought 2007. 10. 28. 23:18

비록 회진 때문에 오프가 좀 늦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평소보다 훨씬 이른 시간인 12시 쯤에 오프를 나오게 되었는데. 오프가 늦게 나서 가족 단풍 여행에도 끼지 못하게 되어 시간이 확- 비어버리게 되었다. '오늘은 뭘 할까..' 곰곰히 생각해봐도 마땅히 할 일이 떠오르질 않고, '혼자 드라이브나 가볼까..' 하고 점심을 먹으며 한참 고민을 했는데 마땅히 가고 싶은 곳도 떠오르질 않았다. 그래서 결국에는 (이미 수십번은 지나쳤을) 집에 가는 길의 식상한 드라이브나 하고, 그냥 집에서 푹- 쉬기로 결심했다.

집에 오는 길.. 당장에 내려서 사진기를 꺼내들고 사진을 찍고 싶었던 장면이 있었는데..


하나는, 엊그제까지만해도 푸르렀던 길가의 가로수들이, 단 이틀만에 노랗고 붉은 색으로 치장하고 그것도 모자라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맞추어 낙엽을 보기 좋게 흩뿌리더라. 차를 몰고 집에 온 덕분에 보게 된 장면이었지만, 그 때 만큼은 이놈의 애물단지 때문에 사진도 못찍는다는 생각에 차를 끌고 왔다는게 어찌나 안타까웠던지. 강변북로 길 한 가운데다가 차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야..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집에 거의 다 도착해서 올림픽 공원을 빙 둘러 차를 몰고 있는데, 낙옆이 수북이 쌓인 자전거 도로로 어느 연인이 다정하게 자전거를 타면서 지나가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부러워서 사진을 한 장 찍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부러우면 차라리 질투하거나 짜증을 내든지, 왜 사진을 찍어주고 싶은건지 원..

집에서 부비적대며 만끽한 10시간의 휴식이 결코 나쁘진 않았지만,
한 두시간이라도, 누군가와 가까운 곳으로 놀러가 단풍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카페에 앉아 이야기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정말 막-막 들었다. 나른한 낮잠과 함께 꿈처럼 지나가버린 오프 시간, 차라리 혼자서라도 낙엽을 밟으러 사진기 둘러메고 밖에 나가볼걸 그랬나 보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을은 정말이지, 참 외로운 계절인 것 같다-'

라고 내 마음 속의 '외로움'에 대한 핑계를 대고났더니, 그래도 한결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외로운 계절, 가을만 어떻게든 넘겨보자. 여유부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서 괜히 이런 쓸데 없는 생각에 빠져있는거지. 크리스마스와 연말은 정신없이 일하면서 어떻게 넘겨볼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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