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h

Blah-Blah 2009. 4. 28. 03:09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매일 부지런히 무언가를 하는 것 같으면서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허송세월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느낌. 부족한 게 너무 많고 해놓은 건 하나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건지 고민을 하는 중에도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간다. 혼자인 느낌은 그 동안 세상을 잘못 살아왔다고, 좀더 고민해보라고 나를 질책하지만, 이미 늦어버린 고민은 그저 하얀 백지장 같은 내 머리 속을 둥-둥 떠다닐 뿐. 별다를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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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나를 잠식할 때는, 술 한 잔이 나와 꽤 잘 어울린다. 냄새 맡는 것조차 싫어하는 게 바로 담배지만, 잔잔히 퍼지는 담배 연기와 한 숨 '후-' 하고 들이켰을 때의 그 아늑한 기분이 - 이런 때는 상당히 잘 어울릴 것도 같다. 몸을 망치고, 때로는 마음까지도 망쳐버리는 불쾌한 행위들이 자의에 의해서 행해질 때 느껴지는 씁쓸함. 외로움과 무척 잘 어울리는 맛이다. 외로움이 싫은 건.. 아직 이성을 잃지 않은 자가,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본능인지도 모른다. 외로움이 정말 싫다. 더 이상 망치고 싶진 않아서 참아보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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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다 참아도 슬픈 것만은 잘 참지 못하던 내가, 요즘엔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못하겠다. 조금 감성적인 말로 표현하자면 감정의 상실이고, 이성적인 말로 표현하자면 일종의 사회화다. 눈물을 흘릴만큼 소중한 것들이 그만큼 적어졌다는 이야기이고, 그래서 기쁨도 슬픔도 그냥 무덤덤하게 다가오는거다. 분노, 미움, 욕정같은 찌꺼기 감정들로만 가득차고, 소중한 감정들은 마음 속 어딘가에 깊이 묻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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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슬픔은, 경험하는 그 순간에는 결코 그 감정을 느낄 수 없다가 나중에서야 비로소 그 감정에 깊이 빠져들고 만다는 점이 참 비슷하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최근에 가장 기뻤던 날은 비싼 노트북을 샀을 때고, 가장 슬펐던 날은 소중한 오프날에 할일이 없어서 만화책방에서 재미있게 만화책을 읽었을 때다. 하지만 둘다 눈물이 날만큼 슬픈 일이라는 건 오늘에서야 알 것 같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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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깊이 사랑하지 못하겠다. 이별의 후유증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오래 앓았고, 시작도 해보지 않고선 포기한다고 탓하기엔 너무나 억울하다. 사랑의 감정. 내 기억엔 그저 앞뒤 안가리고 무조건 빠져들고, 내 인생까지 걸고선 모험을 했으며, 이것저것 퍼주고도 아깝거나 아쉽지 않았던게 그 감정인데. 아무래도 아닌가보다.. 남자가 불행한 건, 누구도 사랑을 용기있게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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