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이틀.

Diary 2014. 4. 15. 19:11

어제 직장의 이사짐을 나른답시고 좀 무리를 한 탓인지, 어제 저녁부터 몸살기운이 슬슬 올라왔다.

피곤함이나 통증, 배고픔 같은 신체적으로 나름 괴로운(?) 자극들에 대해서 내 스스로 비교적 잘 참아낸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젠 유난히 힘이 들더라.

으슬으슬 춥고 피곤한 몸을 겨우 이끌고 들어와서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이불 속으로 몸을 슉- 넣어버렸다.


식은땀이 줄줄 나고, 어질해서 나도 모르게 순식간에 잠에 빠져들었는데. 중간중간에 나도 모르게 자꾸만 잠이 깼다.

아무도 없는 적막한 집에서 - 괜시리 우울한 생각들이 머리 속을 스치더라. 하나 예를 들자면, '지금 내가 이렇게 앓다가 죽으면 늦은 저녁 가족들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겠다.' 라던가.. '만약 내가 혼자 살았더라면, 지금 이렇게 아픈 나를 누가 신경이나 써주었을까?' 뭐 이런 어리석은 생각들...

그래도 아무 것도 따지지 않고, 슬쩍 곁으로 다가오는 우리집 막내인 꼬야 밖에 의지할 곳이 없던 하루. 간식을 줄 기운도 없어서 그냥 껴안고 다시 잠들어버렸다.

막상 제 몸도 제대로 못챙길거면서 뭘 믿고 늘 객기부리며 사는건지 참 우습기도 하고, 결국 세상은 이렇게 혼자 살아가야하는 거라는 슬픈 현실을 생각하자니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늦은 저녁 어머니가 돌아오셔서 그제야 보살핌을 받는데.

역시 내가 좋은 놈이건 나쁜 놈이건, 잘난 놈이건 못난 놈이건.. 가리지 않고 챙겨주시는건 이 세상에 어머니 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며칠 전 어머니와 말다툼을 벌였는데도.. 서운하지도 않으신가보다.. 뭔가 슬프다. 참 바보같고 슬픈 기분이다. 어머니도 참 바보같고, 나도 참 바보같다.


결국 저릿저릿한 몸살 기운에 오늘까지도 휴가를 쓰고 쭉 누워있었는데.

내 인생, 그리고 내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수많은 생각들.. 잠결에도 참 생각이 많았던 이틀이었다. 아픈 날에 하게 되는 이런 우울한 생각들이 그리 달갑지는 않지만- 정신없이 앞으로 달리기만 하고, 큰 고민없이 수많은 인간 관계를 연장시키기 보다는. 가끔은 이렇게 삶에 대해서 깊게 고민해보는 날도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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