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카이 ⑧ (완결)

Photograph/Trip 2014. 2. 28. 21:05

(이전글 : 2014/02/28 - [Photograph/Trip] - 보라카이 ⑦)

 

어느 새 대망의 마지막 즐길 거리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 동안 강행군으로 정신없이 먹고 놀고 하느라 지쳐버린 몸을 싹- 풀어줄 라바스톤 (Lavastone) 마사지. 사실 마사지에 대해서는 그리 큰 기대를 안했었지만, 첫날에 받았던 꿀마사지가 생각보다 너무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보라카이에서의 제일 비싸면서도 고급스럽고 만족도가 높다는 '라바스톤 마사지'가 어떨지 은근히 기대가 되었다.

그 결과- 역시나 대 만족!

보라카이에 와서 라바스톤 마사지를 받지 않았다는건, 뉴욕에 가서 브로드웨이 공연을 보지 않은 것과 같다고나 해야할까. 마사지를 여러번 받을 수 없는 일정이라고 하더라도, 마지막 날 라바스톤 마사지는 받아보길 추천한다. 집에 돌아갈 기운이 솟아난다.

 

 

입구와 내부 건물 규모 자체가 다른 마사지 샵과는 비교 불가.

궁궐에서 평화롭고 호화로운 마사지를 받는 느낌이랄까. 이렇게 넓고 한적한 공간만이 줄 수 있는- 자연 속에 파묻힌 듯한 맑고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의 마사지라..

 

처음에 들어가면 고르게 되는 아로마 향 종류. 나는 저 중에 내가 좋아하는 향인 라벤더를 했었다

 

마사지 받을 매트도 정갈하니 잘 꾸며놓았다.

보라카이는 어디를 가나 수건 공예로 장식을 많이 해놓는것 같다.

 

이 안에 뜨겁게 달구어진 돌들이 있다. 저 라바스톤을 이용해서, 몸 위에 올려놓거나 손에 쥐고 문질러주면서 찜질하듯 마사지 해준다.

딱 적당한 온도와 적당한 강도의 마사지로, 노곤노곤 잠이 온다.

 

마사지가 끝나고 나니, 하늘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다.

저녁에 픽업 받기로 되어 있어서, 그 때까지 남은 시간 동안 저녁을 먹기로 결정했다. 사실 여행 계획 때는, 마지막날 저녁 먹을 시간이 애매하겠다 싶었는데, 보라카이 섬에서 빠져나가는 배들이 생각보다 꽤 늦은 시간 까지 있다. 너무 일찍 출발하게 되면 공항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훨씬 길어지게 되기 때문에, 적당한 시간에 나가는게 중요하다. 참고로 우리는 저녁 9시경에 보라카이를 출발했다.

 

따로 계획해둔 음식점도 없고.. 팁과 공항세를 계산해보니 돈도 얼마 남지 않아서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음식점에 들어가다.

가격이 무지 저렴하고, 무엇보다도 왜 그 동안 그렇게 비싼 음식들을 사먹었나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맛.

음식 종류도 거의 100가지는 되어보인다. 돈도 절약할 겸, 가볍게 한 번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맛없어보이나요? 아뇨~ 생각보다 무지 맛있답니다~! 맥주 안주 겸 식사로는 딱이지요.

 

집과 같았던 우리 리조트. 해변 접근성도 좋고, 디몰도 가깝고, 서비스도 좋고 내부 시설도 깨끗하고..

비록 큰 리조트들이 주는 으리으리한 멋은 없었지만, 그 외의 점에서는 대부분 무척 만족스러웠다.

픽업을 기다리며, 리조트 앞에 앉아있는데 - 울적함과 아쉬움이 머리 속에 가득 찬다.

 

트라이시클을 타고 보라카이 항구 쪽으로 이동을 하다.

첫날에는 배를 놓칠까봐 서둘러서 들어오느라고 미처 못찍었던 풍경 사진들도 건지고, 배를 타고 이동하면서 밤바다의 바람도 맞았다. 들어오는 배에서 느꼈던 활기찬 분위기는 없고 - 배의 엔진소리만 적막하게 들린다. 모두들 나와 같은 기분일테지.. '떠나는게 너무 아쉽다.'

 

항구 대기실 내의 커다란 트리. 후덥지근한 날의 크리스마스라.. 잘 상상이 안간다.

 

늦은 저녁, 돌아가는 길이 왠지 모르게 으스스- 하다.

 

배를 타고 까띠끌란 항에 도착하면, 보라카이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깔리보 공항까지의 머나먼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원래는 공용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걸로 비용을 지불했었는데, 이번 보라카이 여행 동안 우리 즐길거리를 담당해준 가이드에게 매일 후하게 팁을 챙겨줬기 때문인지 몰라도 - 아는 친구 인맥을 동원해서 에어콘 빠방한 개인 승용차로 항구까지 편하게 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가이드가 매일 학생 처럼 옷을 차려입고 백팩에 선글라스를 끼고 나타나서 대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줄 알았는데, 돌아가는 길에 친구라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애가 둘이나 있는 유부남이라고 하더라. 혹시라도 마지막에 추가 교통비를 받겠다고 뒤통수를 때릴까 조마조마 했던게 부끄러웠다. 같이 사진 한장도 못찍은게 아쉽다. 팁이라도 좀 더 챙겨줄걸 그랬다.

 

돌아가는 비행편이 저녁 늦게 몰려 있어서, 공항에 인파가 엄청나다. 꽤 한참을 줄을 서야하고, 여행의 여운이 남아서인지 사방팔방에서 신나게 수다를 떠는 터라 무지 시끄럽다. 와이파이같은 건 없으니, 온라인으로 티케팅을 했으면 미리미리 준비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나면, 얻을 수 있는 마지막 티켓. 공항세 티켓.

공항세를 위해서 마지막에 한 사람당 500페소 씩은 남겨놓는다는게 보라카이 여행의 포인트. 

 

공항 대기실. 규모가 무지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오른편에 있는 상점에서 간식거리를 파니, 남은 동전을 모두 쏟아붓도록 한다.

말린 망고도 맛있고, 출출한 밤에 컵라면 야식을 먹는 것도 좋다.

 

드디어 돌아가는 비행기 안.. 중간 중간 잠시 잠들긴 했는데, 아쉬움 때문인지 잠이 잘 오질 않는다.

그 덕에 얻을 수 있었던, 아름다운 야간 비행 사진.

 

너무나 즐겁게 보낸 3박 5일의 시간. 돌아오는 길에 여행 사진을 보면서 여행을 떠올려보니, 참 꿈만 같다.

보라카이 여행 이전에는, 이것저것 볼거리 먹거리 많은 바쁘고 즐거운 여행이 최고라고 생각했던게 사실이지만. 보라카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길에 드는 생각은 이런 휴양지로의 여행도 그 못지 않게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다는 사실. 역시 사람은 직접 경험해보기 전에는 모른다. 그 덕에 앞으로 해외여행은 휴양지-관광지 를 번갈아가며 가기로 결심했다.

다음 여행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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