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케익.

Photograph/Ordinary 2014. 1. 13. 02:58

'연말에는 케이크를 썰어야 한다.'

특별한 날에 케이크를 사서 케이크에 초를 꽃고 불을 꺼는 것, 케이크를 써는 것. 이렇게 사소한 것이라도 뭔가를 기념한다는 건- 아직도 설레이고 있으며, 기대되는 무언가가 있다는 증거다.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이, 그 사람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케이크를 사가지고 왔다.

이 날도 사소한 일로 다툴뻔했지만, 그럼에도 불구 밉기는 커녕, 얄미울만큼 너무 사랑스러웠다.

 

가끔 아직 혼자였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힘들게 제작년 한해를 보냈고, 그리고 올해 다시 한해를 보냈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길수록, 그의 갑절에 달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사실 힘들다곤 하지만, 그 많은 일들 중 반 이상이 즐겁고 행복한 일들이었고- 그 나머지의 반의 반도 안되는 정도가 힘든 시간이다.

힘들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리 힘들지 않은 것임을 너무나 잘 안다. 힘든 일들 조차도 추억이 되어버림을 잘 안다.

 

성질있는 사람이 성깔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소싯적부터 황소 고집이던 사람이 고집 센 사람을 만난다는 것.

신중하고 꼼꼼하고 꽉 막힌 사람이 덜렁대고 변덕스러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

부끄럼많고 재미없는 사람이 신명나고 흥이 넘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나와 너무나 닮은 것 같으면서도 너무나 다른 사람과 이렇게 오랜 시간을 같이 지내왔다는 것.

내가, 나를 너무나도 사랑해주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

 

다툼이 두려웠으면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보다 다툼을 두려워하는 순둥이였다면 일찌감치 오해 속에서 헤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랑하느라 부리는 투정들.. 다투고도 금새 화해하고 옆에서 안기고.. 틈틈이 왈가닥으로 애교부리는 장난꾸러기가 아니었다면 오랜 만남이 얼마나 지루했겠어.

 

아직 혼자였으면 어땠을까.

지금보다 더 많은 것들을 이룩해놓았을지도 모른다. 더 많은 것들 배우고 익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많은 시간들 중, 반 이상은 지루하고 외롭고 불행한 시간들이었을테다. 삶은 한 번 뿐이다. 그리고 아쉽게도 난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 내 행복을 포기하고 무슨 대단한 일을 해낼만한 위대한 사람도 아니다.

 

사랑해서 다행이다. 그리고 그 사랑하는 사람이 나와는 결코 안어울릴 법한, 재미없는 순둥이도 아니고 돈만 많은 부잣집 딸래미도 아니어서 다행이다. 내가 '그냥 이런' 나라서 다행이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케잌을 썰었다. 다음 해에 있을 수많은 다툼들과 그것보다 훨씬 많을 즐겁고 행복한 일들.

그래서 생길 추억들이 너무나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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