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크리스마스-

Thought 2010. 12. 26. 23:32

몇 해 남지 않은 젊은 날의 크리스마스. 모든 일은 때가 있다는 생각에 이번 크리스마스는 D-day 까지 맞춰 놓았더랬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는 내게 얼마나 남아있을까'

어렸을 적, 누나가 크리스마스 이브 날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실거라면서- 부모님 계시는 바로 옆 방에서 큰 소리로 가지고 싶은 선물을 달라는 소원을 빌게 했다. 어렴풋한 기억에는.. 진짜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고 믿었고, 누나를 따라서 가지고 싶었던 장난감의 이름을 간절한 마음으로 외쳤다. 심지어 누나가 시키는 대로 레고의 모델 번호 네자리까지 또박또박 불렀었다.
크리스마스 날 저녁, 산타 할아버지는 정말 선물을 주고 가셨고. 그 이후로는 산타 할아버지도, 그리고 산타 할아버지를 믿는 나도 볼 수 없었다.

올해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맞을 수 있도록 해달라' 고 빌었었다.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 김윤아의 Blue christmas 를 흥얼거리며 크리스마스를 보내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었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과 함께 발라드 가수의 연말 공연을 구경가서, 은은하게 들려오는 선율과 목소리 속에서 온기를 느낀다면 '정말 행복하겠다' 고 생각도 했다.

결국.
크리스마스 이브엔, 그 이틀 전 고열로 수술을 못받은 환자 아이에게 '저녁 10시까지의 수술'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었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지독한 독감으로 인한 기침과 열에 시달리며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냈다.
어렸을 적 크리스마스 전날 부터 십수통 연달아 받았던 'Merry christmas' 따위의 단체 문자도 많이 줄었고, 집에 설치해 둔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도 큰 감동이 되진 못했다.

정작 그 당시에는 무덤덤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참 우울하다-
내년엔, Merry christmas.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보낼 연하장 겸 성탄 카드도 좀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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