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생활. 그리고 내 모순된 생활

Diary 2010. 5. 30. 02:26

오랜만의 글. 원주 기독 병원으로 파견 온지, 벌써 3주가 지났다.
원주에서의 2달을 어떻게 보낼지 걱정을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3주가 이렇게 금새 지나가버렸다는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신기하다. 비록 걱정하던 일들은 하나 둘 현실로 되어버렸지만, 그 현실이라는 것이 씁쓸하긴 해도 생각보다 그리 걱정스러울만한 결과는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일이 바빠서 시간이 이렇게 금새 지나가버린지도 모르겠다. 목요일을 빼곤, 어째저째 하다보면 하루가 금새다. 처음 의욕을 불태울 적에는, 운동하는 것 이외에도 음악 (발성이나 피아노 쪽을 생각했었다) 을 배워보고 싶어서 이리저리 학원도 알아봤지만 지금은 거의 포기상태. 영어와 전공 공부도 하고 싶어서 책을 이리저리 싸들고 왔지만, 아직까지도 책하나 펼쳐보지 못하는데... 몇 시간 그림을 그린다는 건 꿈도 못꾼다.
취미 생활의 부재 속에서, 하루 운동 두 시간과 빈둥거리는 한 시간 내외가 내 개인 시간의 거의 전부. (사실 시간이 그렇게 없는 건 아닌데. 정신적인 압박감이란 정말-)

인간관계는 쌓긴 어려운데 깨지긴 무척 쉽다는, 친구 홈피서 본 글귀가 자꾸 생각난다.

몸이 멀어지면 정말 마음도 멀어져버리고, 자주 찾지 않으면 점점 잊혀져 간다. 잊혀짐이란 참 안타깝다. 잊혀지고 나면, 나중엔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어져버린다. 잊혀짐이란게 실망의 감정을 심어주는지도 모르겠다.
원주에서 살면서 정신없는 틈에, 나도 잊고, 그리고 나도 잊혀져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과 거리의 문제는 사람을 외톨이로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바쁘다는 건 좋지 않다. 완벽하게 일해내고 싶지만, 바쁘게 일하고 싶진 않다. 참 모순이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 30명은 가볍게 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30일 동안 빠짐없이 만나고 싶은 사람들만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은 얼굴을 보아야 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드는데.. 그럼에도 시간이 없을 땐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지 못하고, 시간이 있을 땐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가 만나지 못한다. 이것도 참 모순이다.
최소한 한달에 한번은 연락이라도 해볼 요량이다. 갑자기 뜬금없이 전화하는 나에게, 친구들이 놀라지 않길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벌써 30살이 반년 가까이 지나고 있다는 생각에 왠지 원주 생활이 불행하다고 느껴진다. 주위에 친구들이 하나 둘 시집 장가 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요즘엔 축하하는 마음에 뒤이어 걱정스러운 마음이 따라온다. 젊은 시절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걱정하고, 동시에 젊음의 시간을 접고 아저씨가 되고 싶어하는 걱정도 하고 있으니... 이것도 참 모순이다.

늦은 밤의 횡설수설은 역시 이 정도에서 마쳐야...

 

공감 버튼을 눌러주세요.
작은 흔적을 남겨주세요 :)
블로거에게 큰 보람을 주는
'돈 안드는 구독료'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