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에 관한 잡생각.

Thought 2010. 3. 18. 14:21

언제부턴가 밀린 생각의 조각들을 여기저기 메모해놓는 버릇이 생겼다. 가끔은 엉뚱한데로 생각이 흩어지다보면 메모한다는 것을 깜빡 잊어버리게 되는 수도 있지만, 늦은 저녁 혹은 새벽녘 기분이 멜랑꼴리 해질 즈음- 어슴푸레 눈을 뜨고 곰곰히 생각하다보면 다시 슬그머니 떠오르기도 한다. 여러가지 연유로 이런 습관이 점점 굳어지다가 보니, 하루 하루 있었던 일과 떠올랐던 생각을 다이어리에 기록해두는 일종의 일기와 같은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일기장에는 정성스럽기보단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휘갈겨 쓴 글씨체가 어울리리라.
그건 누구에게 비밀로 하기 위해서라기 보단 -순간적으로 머리 속에 떠올랐다가 또 허공 중으로 흩어져버리는 오만가지 잡념들을 빠르게 적어내려가기엔- 그런 휘갈긴 글씨체가 적당하기 때문이다.


그 곳에다가 나의 생각들을 털어놓기를 시작한 뒤로는, 속이 후련해졌는지 더 이상 어떠한 생각이나 의견에 대해 공개적인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거론한다는 걸 꺼리게 된 것 같다. 여하튼 이런 이유로, 여기 블로그에다가 무슨 글을 쓰려 할때조차 말문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 든다. 아마도 생각의 배출구 역할을 일기장이란 녀석이 혼자서 독차지하려나보다.

'내 글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혹이라도 누군가 내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되면 비웃겠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사실 그 뒤엉킨 속마음의 화살은 내 안을 향해있다. 억울함, 혹은 답답함이랄까. 그냥. 마치 내 홈페이지가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심심할 때 텁-텁- 들어가서는 아무런 성의 없이 지난 일들의 흔적을 끄적여놓고 가는 메모장처럼 되어버린 것 같아서 너무나 아쉬운거다.
아직까지도 핑계를 대는 몹쓸 버릇이 남아서, 자신없는 맘에 이렇게 반 변명조로 말을 꺼내지만... 실은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는 반성조가 되었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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