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저지르고, 후회하고.

Thought 2010. 2. 22. 18:42

살아가면서 참 많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 같다.
그 때문에 가끔은 무척이나 후회하고, 미안해하고, 슬퍼하고..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후회가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그건 단순히 나의 잘못을 씻어보기 위한 합리화일 때도 있고, 한편으로는 잘못을 무마시켜보기 위한 변명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실제로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거든. 나 자신도, 그리고 주변에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잘못을 저지를 땐 모두들 보라는 듯이, 후회할 땐 혼자 방안에 웅크리고선.

가끔은 너무 슬프다. 내가 정말 미워하던 사람이 나를 많이 신경써주었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았을 때. (물론 이 경우에도 그러한 사실이 어떠한 변화도 가져다 주지 않을테지만) 내가 진심으로 신경을 써주던 사람이 나를 아무런 의미 없는 사람으로 바라볼 때. (이건 어쩌면 표현에 서투른 내 탓일지도 몰라.)
자신의 생각과 너무나도 다른 현실. 가끔은 그 때문에 내가 오해를 하기도 하고, 상대가 오해를 하기도 하고. 답답한 마음을 풀어보려고 해도, 그건 단순한 시도에 불과할 뿐. 혼자 속으로 상상했던 모습으로 일이 진행되어지는 건 아니야. 내가 가지고 있는 계획이나 생각을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까.

'입을 열지 않고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으면 문제는 결코 악화되지 않아. 그 순간의 그 상태 그대로 정체되어져 있을 뿐야.' - 아니 결코 그렇지 않아. 실제로는 나와 관계하는 모든 사람들은 내 말과 행동뿐만이 아니라, 자연스레 표출되는 느낌과 감정 같은 모든 것으로 상황을 판단하기 때문에.. 그건 희망사항일 뿐이야. 혼자 지레 겁을 집어먹고서는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나머지, 자기 합리화를 시키기 위한.. '난 정말 이기적인가봐.'

너무나도 미웠어. 가끔은 너무나 밉다는 나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또 가끔은 누군가가 행복해지지 않기를 바랬던 적도 있었다. 어떻게든 관계를 개선해보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하지만 미안해질 정도로 말이지, 난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오늘도 잘못을 저질렀어.' 항상 쉴새없이 잘못을 저지르고 다니는 것 같아서, 맘 속 깊이 숨어버렸다. 그리고 '앞으론 결코 나쁜 생각 따위를 하는 일은 없을거야-' 라는 말을 수 없이 반복하고. 그리곤 다시,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전에 나를 바라보던 똑같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볼테고, 그 전에 가지고 있던 나에 대한 편견과 관점으로 나를 판단할테다. 갑자기 달라진 나의 모습은 너무나도 어색하게 보일런지도 모른다. '참 힘들거야.' 그래서 후회는 마음 속 한 구석에 묻혀버리고, 늘 하던 대로 살아간다. 가장 편한 방법을 선택하고야 만다. 그래서 슬프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슬픔도 결코 오래가지 않을꺼야..' 바로 이게 제일 안타까운 일이다. (2003.5.25)

공감 버튼을 눌러주세요.
작은 흔적을 남겨주세요 :)
블로거에게 큰 보람을 주는
'돈 안드는 구독료'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