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찡-한 일.

Thought 2009. 11. 15. 10:41

요즘 들어 가슴이 찡했던 일..

교수님의 동물 실험 때문에, 실험이 완료된 개를 Sacrifice 할 일이 생겼었다. 동물 실험실 직원 분께 Sacrifice 시켜달라고 부탁을 드리고는, 이런저런 수술기구들을 챙기고 수술지를 슥 훑어보고 있는데. 직원 분께서 다시 한 번 확인차 개의 등에 심어놓은 칩을 확인시켜주겠다고 부르더라. 가봤더니 아직 마취가 다 안되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개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집 강아지 '꼬야'에게 해주듯, 배를 한번 슥- 등을 한번 슥- 쓰다듬어주고, 머리와 귀를 살살 쓰다듬어주니 기분 좋은지 헥헥- 대면서 내 눈을 쳐다본다. 이 녀석은 자기가 곧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고, 멀쩡하게 쓰다듬는 손길을 느낄 수 있으며, 충분히 누군가에겐 사랑받을 수 있는 생명이...

인간의 의료 발달을 위해선 거쳐갈 수 밖에 없는 과정이라고 하지만. 그리고 매일매일 열심히 고기를 먹고 있는 잡식주의자인 내가 이런 말을 한다는 건 참 아이러니컬하지만..

동물 실험이라는 것, 정말 할 게 못된다. '그리고 이런거 결코 해선 안된다.' 는 생각을 잠깐 했다가- 다시 동물 실험에 임하다.
세상은 감성만 가지고 살아갈 순 없는 일이다. 그냥 가슴이 찡하다는, 감성이 죽지 않았음을 느끼고 마는 수밖에. 사실 오로지 감성을 따라서 살 생각이었더라면 지금 내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을테다. 순리를 따를 생각이라면 어찌보면 죽을 때는 죽는 게 당연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보면 참 이 세상은 모순된 곳이다. 누구는 열심히 살리려고 노력하고, 누구는 열심히 죽이려고 노력하고, 또 누구는 열심히 죽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살리려는 누군가는 살리기만 하는게 아니고 죽이기도 한다.

세상 그 누구도 생명은 소중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일이다. 참 슬픈 일이다.

 

공감 버튼을 눌러주세요.
작은 흔적을 남겨주세요 :)
블로거에게 큰 보람을 주는
'돈 안드는 구독료'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