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할 수 없는 두려움, 죽음.

Thought 2006. 3. 12. 02:18

개그맨 김형곤 씨가 오늘 심질환으로 사망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이런저런 프로에 참석했으며, 그 때만해도 무척 건강해보였다고 한다. 사망 며칠전 찍은 한 방송 프로에서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원로 개그맨으로서 가지고 있는 앞으로의 계획' 들을 이야기하는데, 그 원대한 계획들을 하기 위해서라면 앞으로 수십년을 더 살 - 아니 살아야만 할 - 사람이었다. 그는 아직 49세 밖에 되지 않았다.

Sudden death.

죽음은 가끔 예측할 수 없기에 너무나도 두렵다.

과거 호흡기 내과 실습을 돌 때, 폐암의 전이로 뇌의 손상을 받아 정신병이 생긴 한 환자가 있었다.

회진을 돌 때면, 어느 날은 멀쩡하게 담당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다가도 그 다음 날은 정신이 오락가락, 말그대로 '불안한' 환자였다. 사실상 이미 많이 나빠진 상태에서 왔기 때문에 치료는 거의 불가능하였고, 생명을 유지하는 쪽으로 치료를 하고 있었지만 그렇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것 이외에는) 결코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였다.

사망 전 날, 환자 파악을 위해 환자를 만나러 병실에 들렀다. '몸은 좀 어떠세요?' 간병인이 대신 대답하려 했으나 굳이 환자 분께서 직접 대답한다. '괜찮아요-'

그 다음 날 오전 회진. 그 분은 싸늘한 시신이 되어 나를 맞이하였다.

 

죽음은 마치 오지 않을 듯 숨죽이고 있다가 그렇게 갑작스레 아무렇지도 않게 찾아왔다. 누구도 예측 못한 시간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울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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