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리고 조그마한 조각배.

Thought 2009. 7. 8. 03:08

이 곳과 저 곳, 사이가 너무나도 멀다. 바람이 불때면, 이 바람을 타고 저 멀리 어디론가 날아가고 싶다.
'되도록이면 저-쪽 섬으로..' 사실 저쪽 섬에는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런데도 나의 눈길이 계속 이끌리는 이유는 뭘까. 그곳에 첫발을 디디었을때, 왜 나는 그곳에 푹 빠져들고픈 욕구를 느끼는걸까. 다시 반대편에서 나뭇잎들이 손짓한다. '이리와.. 우린 너를 진심으로 사랑해..' 마음이 포근해진다.. 나른하다.. 그들의 진정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여긴 오랫동안 쉬어도 될만한 나의 안식처인가? '그렇다..' 모른척 하늘을 본다. 잠시 눈을 감아본다. 드문 드문 떠 있는 별들이 반짝인다. '희망.. 그리고 절망의..' 순간, 외로운 별빛처럼. 깜빡이는 무언가가 있다. 잠들어본다. 아니.. 잠시 죽어본다. 잠깐만이라도 모든 것을 잊어보려고 노력해본다. 무슨 수를 쓰던 그건 상관 없다. 차츰차츰 숨이 죄여오는 것이 느껴진다. 어디론가 빠져드는 느낌이 든다. 나락으로.. 눈앞이 캄캄한 미지의 세계.. 어느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는, 소통하기 싫은 그런 세계..
행복을 너무 먼데서 찾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난 왜 이리도 긴 여행을 했지?' 내 마음속에는.. 나도 모르고 있던 조그마한 조각배가 있었다. '이 섬에선 아무도 날 모른다 해도 좋아. 난 아무런 상관 없어.' 여행을 하다가 힘들면 잠시 기댈 안식처가 있기에 한껏 용기가 생겼나 보다. 죽음이 눈앞에 닥쳐도 끝까지 달릴수 있는 그런 용기가.. 안식처에 포근히 덮여 있는 나뭇잎들이, 내가 혹시나 '털썩-' 하고 쓰러질까봐. 아프지 않도록 푹신푹신하게 나를 안아주고 있기에..
난 다시 나의 안식처로 되돌아 왔다. 그곳에서 잠시 쉬었다. 잠시동안 흩어져 있던 나뭇잎들을, 주섬주섬 모아담아서는 어깨를 기대고 잠시 누웠다. 다시 여행을 떠날 생각을 하니, 정말 아찔하다. 눈앞이 캄캄하다. 힘이 쭉 빠진다. 아직까지도 저쪽 섬은 너무나도 멀기만 하기에, 나는 다시한번 저멀리 바다 한복판을 가로 지르는 아름다운 세계로의 도피를 동경해본다. '아주 멀리..' 바다 한복판을 넘어야만 갈수 있는. 저쪽 섬보다는 훨씬 먼.. 아니.. 멀기보다는 훨씬 가까운.. 그 아름다운 죽음의 세계로의 도피를 다시 한 번 시도해본다.
다시금 저들과 멀어지고 있음을 느끼고 만다. 하지만 너무나 힘들때면, 나를 부르는 조그마한 조각배 한 척이 내 눈앞에 나타날 것이다. 아무런 사심 없이, 순전히 나를 부르기 위하여. 나는 여행을 하다가 생긴 이곳 저곳의 상채기를 쓰다듬으며 그곳으로 되돌아 갈 것이다. 아무런 사심 없이.. (2001/5/30)


취중에 썼던 글. 참 오래되었다. 무슨 생각으로 썼는지도 가물가물한, 추억 이야기.

글 속에는 진심이 있다. 그 진심이라는 것은 햇살과 같이 마주하면 따스한 사랑일 수도 있고, 칼날과 같이 스치기만하여도 상처로 남는 아픔일 수가 있다. 그래서 글이라는 것을 읽다가 보면, 가끔 섬뜩하고 무서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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