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모를 그녀.

Thought 2009. 6. 28. 03:17

아직까지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이름 모를 그분. 잘 지내고 있으려나-
그 땐 왜 그렇게 바보처럼 자신이 없었을까. 다른 부족함보다, 자신감이 부족했던 내 모습이 더욱 우스워보였을테다. 다시 보게 된다면 좀더 당당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텐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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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무얼로 할 지 한참을 망설였다.


여지껏 누굴 보아도 이상형이라고 말하기에 미적미적대던 내가, 처음으로 이상형이라고 확실히 말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 첫 만남은 제작년쯤이었던가. 실습실에 가던 도중 슬쩍 마주쳐 지나갔었다. 마음 속에서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괴이한 정적이 흘렀고, 결국 나는 차마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아무 생각없이 앞을 향해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후로 몇 번을 더 마주쳤는데, 나는 매번 '혹시 눈이라도 마주칠까' 하는 걱정에 차마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지나가며 곁눈길로 슬쩍 바라보는 정도 밖에 할 수 없었다. 그저 불가능으로 결론 지어버리고는, 평생에 몇 번 볼까 말까 한 나의 이상형을 그냥 놓쳐버리려고 다짐했었다. '이상형이 나를 좋아해줄 리가 없다. 마음을 전해도 여지없이 거절 당할 것이다. 고로 나는 어떠한 가능성도 염두에 둘 수 없다.' 라는 늘상하던 나의 자신없음으로부터 비롯된 생각의 전개가,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펼쳐져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몇 달 전. 음료수를 몰래 건네주었다가 씁쓸한 좌절을 맞이했고. 다시 한 번 용기내서 건네준 쵸컬릿으로 처음 얼굴을 마주했다. 처음 마주한 사람에게 무언가를 준다는 걸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본 것이었다. 쵸컬릿을 건네던 순간, 그녀의 시선과 내 시선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던 순간이었다. 내 머리 속에 뚜렷이 각인된 그녀의 천사같은 모습은 아직까지도 결코 잊혀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또롱또롱하게 나를 치켜 올려봤던 눈망울, 그리고 피로와 우울에 젖어있던 표정. 2초 정도의 시간이었나? 얼굴을 마주했던 시간 말야. 조그만 하나하나까지 일부는 이미지로, 일부는 장면으로 내 기억의 한 켠에 자리잡았다.

 

그 뒤로 바쁘게 돌아가는 시험 일정 속에서 두어번을 다시 마주쳤지만 매번 인연의 손짓을 비켜 지나갔을 뿐, 어떠한 희망의 가능성도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스스로 여기기에 잘난 녀석이었다면, 그냥 쳇- 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책망의 화살은 나 자신에게로 향하고 만다. '못난 녀석, 다 너 때문이야'
인연은? 누구도 알 수 없는 법. 그러니까, 이렇게 미적미적 끝 아닌 끝을 맞이하게 되었지만, 사실 아직은 이게 끝인지 끝이 아닌지 모른다는 거야.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마음이 담긴 쵸컬릿으로 맺어둔 아주 작은 인연이, 다음의 만남에서는 내게 더 큰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것만 같다. 어쩌면 그 작은 인연이 내 생에 있어서 벌어지게 될 중요한 사건의 복선이었을 수도 있잖아. 내가 인연의 자리에 세워진다면 말이야.

아직은 이름조차도 모르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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