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날.

Diary 2008. 7. 14. 02:31

내 생일.
연세대 동문회에서 받은 문자 메세지가 나의 첫 생일 축하 연락.
일하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받고선 미처 답을 못보낸 친구의 문자. 몇 시간을 기다려준 친구한테 전해받은 케잌과 선물.
늦은 저녁 아슬하게 날짜 맞추어 보내준 후배 녀석들의 문자 메세지.
'생일 까짓거 뭐 별거 있나.' '언제부터 생일을 그렇게 열심히 챙겼다고..'
아무리 우울하게 생일을 보낸다고 할지라도 작년 생일만 하겠냐고.. 뭐 이 따위 생각들로 위안 삼으면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자는 걸로 하루를 보냈다.

주위 아무에게도 내가 오늘이 생일이란 사실을 말하지 않은 건 참 잘한 일이다. 밤 늦게 혼자 선물받은 케잌을 컷팅하면서, 기념 사진을 찍을 땐 살짝 우울했지만.
머리 속에서 맴도는 노래. '너는 천사다, 난 아닌데....'
어쩌면 나중에- 지금 이 순간을 죽도록 후회하고 돌이키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음력 생일, 오늘.
가족끼리는 음력으로 생일을 챙기는 터라. 사실 난 오늘이 생일인줄도 몰랐다.

엄마와 누나, 동생은 내 짐과 옷가지들과 함께, 케잌을 사들고 병원까지 와주었다. 초의 갯수가 몇개인지 세보지도 못하고 후- 불어 끄고.. 서둘러 먹고 병원으로 돌아오다.
훈훈한 감동의 여운이 마음 속에 남아있는데, 몸 상태가 급격히 안좋아진 치끼를 안락사 시킬지도 모른다는 슬픈 소식이 머리 속을 맴돌며 참 묘한 기분이다.
잠이 잘 오지 않는다.


8월 중순 휴가 때까지 견뎌낼 수 있을까. 그 전에 갑자기 치끼가 죽으면 기분이 어떨까.

일전에 혹시 마지막 사진이 되지 않을까 하고 찍어둔 사진이 진짜 마지막 사진이 될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추억이 남아 늘 슬프다. 애정은 늘 이렇게 가슴이 아프다.
난 아직 사랑을 하기엔 너무나도 서투르고 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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