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참 우울하다~

Diary 2008. 2. 14. 02:34

열심히 하면 혼나고 마는 빵구가 나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혼나는 것만으로 결코 해결되지 않는 빵구가 나는 요즘...
일이 어느 정도 잘 해결되고 있는 듯 하면서도, 중간 중간 틈틈이 수도 없이 벌어지는 빵구들.. 수도없이 들어오는 push 속에서, 그저 빵구 막는 데 급급하며 일분 일초를 연명하고 있다.
인턴이 routine 으로 해야하는 일들은 기본, 예전에 인턴 때는 없었던 수술방 일, 외래 일. 그리고 매일매일 수도 없이 생겨나는 수많은 잔 일들. 등 뒤에는 시간이 생길 때마다 틈틈히 해야하는 일들을 잔뜩 짊어진 채.. 레지던트 0.5년차 대우를 해주시는 만큼, 윗년차 선생님들도 점차 예전의 인턴을 대하는 온화한 분위기는 벗어버리시고, 잘못한 일들에 대한 날카로운 질책과 무서운 꾸중이 나날이 늘어만 간다. 2시 너머 자서, 6시경 기상에.. Free flap co-op 은 왜 그리 많은지, flap check schedule 을 돌게 되면 깊이 잠들어야할 4시쯤에 30분 이상은 깨어서 있어야 하고, 응급실 환자의 suture 라도 도와야 되는 날에는.....
일산에서 다져온 체력으로 2주는 버티는 듯 하더니, 슬슬 쌓아 놓아둔 체력은 바닥이 보이려는 듯한 느낌. 그래도 하루하루 버텨가고 있지만, 혹시라도 기운이 훅- 꺼지게 만드는 일이라도 있는 날에는 무기력증에 빠지고 만다.

결국 어제는 flap check 를 매 시간 제대로 못한 데다가 몇 가지 잘못이 더 겹쳐져서 벌당을 먹게 되었다.
일주일에 겨우 주말 오후에 한 번 바깥 공기를 쐬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데, 그 마저 잃어버리고 나니 순식간에 무기력증, 그래도 힘을 잃지 않으려고 열심히 바둥바둥 일을 했다. 새벽 3시 flap check 하고선 잠자려고 인턴방에 들어오니 3시 반이 넘어가고, 아침 6시 부터 환자 한 분이 septic shock 을 일으켜 콜을 받고 일을 하러 뛰어나가고.. 간호사 샘들은 내가 잠을 얼마나 못잤는지, 얼마나 많은 일더미 속에 깔린 채 스트레스 받아가며 외래를 지키고 있는지도 모르고, 잔뜩 예민해진 나를 감정 상하도록 만들고.. 드레싱 다니는 환자 보호자분 한 분의 철저한 이기주의 정신과 기분 나쁜 말투에 의욕이 다시 한 풀 꺾이고 말았다.
짜증이 마구마구 솟구치려고 하는 이런 때 혼자였으면 정말 불쾌한 감정이 폭발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나와 같이 일하고, 같이 잠못자고, 같이 혼나는, 그리고 기운 없을 때 기분을 업 시켜줄만한 수다를 같이 떨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

오늘 이야기 나누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일은 발렌타인 데이 (남자가 사탕을 주는건지 여자가 쵸컬릿을 주는건지도 헛갈린다..), 그리고 내일 모레는 월급이 나오는 날, 그리고 그 다음 이틀은 주말. 하지만 이들 모두다 그리 즐겁진 않을 것 같다. 좋은 날이면 뭐해, 어차피 내 하루 생활에는 전혀 다름이 없는 걸.. 설레이는 무언가라곤 전무후무한 무미건조한 삶. 요즘 같은 무미 건조한 일상에서는- 명절, 기념일이나 휴일, 오프 같은 특별한 날보다는.. 동기와의 유쾌한 잡담이라든가, 예상치 못하게 날라오는 문자메세지 한 통, 혹은 십여분의 달콤한 한숨 낮잠이 오히려 더욱 행복하더라.

잠자기 전, 그냥 우울해서 횡설수설.. 쓰고 싶은 말이 참 많았는데, 요즘 정신없고 복잡한 생활의 탓인지 막상 쓰려하니 머리 속에서 북적북적대며 제대로 나오질 않는다. 게다가 4시 스케쥴을 앞두고, 지금 2시 반 졸리움을 참고 글을 쓰고 나니, 내가 쓴 글을 다시 한 번 읽어볼 여력도 없는건... 이건 진짜 제대로 된 횡설수설이군..
어서 잠이나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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