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오늘 하루-

Diary 2007. 9. 19. 23:55

어제 무턱대고 배짱을 부린 덕에, 오늘 간신히 시간 맞춰 일어나서는 정신없이 일을 시작했다.

암울할 정도로 많았던 수술 스케쥴, 잠시 밥 먹을 틈조차도 없이 진행된 일정에 진이 다 빠져버렸다. 수술방 식사 마치는 시간에 맞춰서 미리 식사 신청을 해놓고선 1시간 뒤 배고파서 움직이기 조차도 싫어질 정도로 기운이 빠졌을 때 마취과 선생님께 살짝 말씀드리고 식사를 하러갔는데, 이런.. 누가 내 밥을 먹어버렸더라. 어찌나 허무하고 속상하던지.. '최소한 밥은 먹여주고 일을 시켜야 하는거 아냐...'

그럼에도 단 하나의 목표만을 바라보고 일을 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을 서둘러 끝내버리고 싶은 마음에 혼자 열심히 나서서, 미친 듯이... 사실 힘들거나 배고픈건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몸은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저 멀리로 떠나가 있었으니까.

마지막에 시작된 수술이 무려 6시간이 넘게 걸리는 소아외과와의 co-op. 인데다가, 갑자기 내게 스크럽을 서라는 믿고 싶지 않은 명령이 떨어져서 너무도 짜증스럽고 당황스러웠지만. 다행히도 카운터 친구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오프를 나설 수 있었다. 한숨에 날아갈 듯 병원 밖을 빠져나가 비에 촉촉히 젖은 상쾌한 공기를 한 웅큼 마시면서-
그렇게도 기다렸던 오프는 너무나도 짧고 아쉬웠다.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야 할 시간이 되었을 땐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다. 갈수록 더욱 바빠지고, 그러다보면 이렇게 즐겁고 한가한 시간을 가질 여유는 더욱더 줄어들기만 할텐데... '슬프다, 이런 삶...'

괜히 아무 말이나 끄적이고 싶어서 쓰기 시작했지만.. 피곤함에 더 이상 쓸 기력이 없어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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