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 쓰러져 잠들다.

Diary 2007. 9. 13. 00:21

엄청난 양의 수술 스케쥴에, 수십가지 수술방 잡일들을 챙기다보니. 오전 11시가 채 넘기도 전에 기진맥진하기 시작해서 오후 2시쯤 잠시 시간이 생겨서 인턴방에 들어와서는, 정말이지 나도 모르게 쓰러져 잠들어버렸다. 30분쯤 잤을까, 수술방에 들어오라는 콜을 받고 다시 허겁지겁 수술방에 들어가는데. 가면서 '내가 잠을 잤었나, 깨있었나' 곰곰히 생각하다가, 멍한 정신에 '30분의 시간 공백' 동안 내가 뭘했는지 아무런 기억나지 않는 아노미 상태에 빠졌다. 내 스스로가 보기에도 어찌나 어처구니가 없던지..
이 30분의 낮잠 덕분에 오후에는 - 하루종일 앉을 틈조차도 거의 없을 정도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일해서 다리가 좀 아팠던 것과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비해서인지 내내 무지 배가 고팠던 것 빼고는 - 다행히도 피로함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일에 전념하다.

아직까지는 이렇게 30분이라도 쓰러져 잘 수 있고, 이틀에 한 번은 오프를 받아서 저녁의 바깥 공기를 잠시나마 쐴 수 있으니, 참 지낼만 하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픽턴을 돌고, 레지던트 1년차 생활을 하게 될 끔찍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소중한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즐기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 잘 할 수 있겠지... '아니, 잘 할 수 있다, 잘 해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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